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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한 생각정리

MBTI 회의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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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TI 검사. 해본적은 있지만 기억 나지 않는다. 그냥 재미로 했었고 별 의미를 두지 않았다. '음...글쿠나. 잘만들었네' 정도였다. 그런데 MBTI가 너무 핫하다. MZ세대의 명함, 新사주 등등 대중성이 가득한 용어로 불리고 있다. 이게 도대체 뭔일인가?

 

MBTI가 어떤지에 대한 질문을 처음 받을떄는 당황했다. '왜 묻는거지?' 모른다고 답했다. 상대방은 아쉬운 듯 했다. 집에와서는 이미 했던 검사를 다시 받았다. 왠지 또 답할 듯 했었기에 결과화면은 캡쳐했다. 몇 일이지나 또 질문을 받았다. 

 

'이게 뭔 짓인가'

 

왜 MBTI가 핫한가?

사람들이 MBTI를 찾는 이유는 크게 3가지로 생각한다.

 

(1) 나와 같은 사람이 있구나

(2) 내가 어떤 사람이구나

(3) 저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MZ세대는 자기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는 세대다. 자신에 대한 궁금증은 세대를 떠나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졌디만,어떻 MZ세대를 상대적으로 많다고 하는 이유는 낮은 취업률, 높은 집값 그리고 잘나가보이는 타인의 SNS가 한 몫한 듯하다.  왜냐하면 '백수라도, 돈이 없더라도, 집이 없더라도, 애인이 없더라도 나는 괜찮은 사람이야' 라는 것을 증명하고 싶어지기 때문이다. 증명을 하려면 적어도 어떤 사람인지를 알아야한다. 그런데 대부분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길을 모르고, 학교에서도 가르쳐준적이 없다.  자신을 알려면 사람들 속에 자신을 던지고 부딪히면서 알 수 있는데 그런 기회조차 가지기 쉽지 않다. 

 

정보가 부족하면 불안하다. 자신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면 자신의 존재가 불안하고, 타인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면 타인의 존재가 불안하다. 

 

그런 면에서 공신력있는 MBTI는 설득력과 함께 묘한 안정감을 준다. MBTI검사는 정말 복잡한 사람의 군상을 명확한 언어로 정리하여 알려준다. 내가 누구인지 알고 있다면 방황할 필요도 없다.

 

'MBTI에서 나는 고독을 즐긴다고 나와있어. 아! 그동안 친구들과 함께하는 자리가 불편해서 고민했었는데, 원래 나라는 사람은 그런 사람이구나!'

 

4개의 알파벳으로 16가지 유형을 말해준다. 이 말은 어떤 사람이라도 16가지 유형 중 하나로 표현해준다. 살면서 나와 같은 유형의 사람을 안 만날 수 있으랴. '이 세상에 나와 같은 사람이 또 있구나!' 식의 동질감은 기분을 좋게 한다. 

 

어떤 이들은 자소서를 쓸 때 MBTI를 활용하기도 한다. 자기소개서를 쓰기가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기 때문이다. MBTI는 단번에 성격을 알 수 있고 다른 유형과 비교점을 찾기 쉽기에 큰 도움이 된다.

 

MBTI를 믿어도 되는가

누군가 내게 연애를 하는 이유를 물으면 '상대방을 알아가는 과정이 곧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기에 좋다'라고 답한다. 연애는 감정적 이득뿐만이 아니라 자기이해와 관련있다. 그렇기에 상대방을 알아가는 과정을 즐기는 것 또한 묘미다. 요즘 그런게 있는가? 다짜고짜 MBTI부터 확인한다. 하고싶은 질문이 그게 먼저라면 나는 회의적이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그냥 MBTI를 싫어한다.

 

MBTI는 사람에게 내재되어 있는 복잡성을 단순화했다. 단순화가 되면서 잘려서 보이지 않는 많은 부분이 있다는 점을 인지해야한다.

 

"mbti가 뭐예요?"

"enfj입니다"

 

'저 사람은 밤에 좀 센치한 사람이구나'

(실제 enfj가 이렇다는게 아니라 예를 든거요)

 

심리학에서도 인간의 유형을 간단하게 측정한다는 데에 회의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전문가들 조차 오랜시간을 거쳐 많은 대화를 통해 내담자를 이해하고 문제를 같이 해결하려 한다. 상대방을 포함해 나 자신을 이해하는 데에 질문 몇개로 답을 내는 것보다 오랜시간을 두어 바라보는 자세가 중요하다.

 

나는 타인과 자신을 이해하는 데에는 MBTI보다 문학의 힘을 빌리는 게 어떨까 생각한다. 시와 소설과 같이 문학작품을 읽고 향유할 힘을 기른다면 입체적 시야가 넓어진다. 그 힘을 통해 나와 타인을 더 다양하게 볼 수 있는 눈을 가지는게 MBTI에 의존하는 자세보다 미덥다. 

 

MBTI는 정말 잘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MBTI에 맹신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MBTI는 사람을 이해하는데 끝이 아닌 시작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나는 MBTI 회의론자다. MBTI를 맹신하는 사람들은 이 글을 보고 내 MBTI 유형을 맞춰보면 좋겠다. 맞출 수 있으면 사과의 댓글 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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